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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하우스

건축사사무소 루연

글
임도균
사진
김용관(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루연
background

어떤 마을에 살고 싶습니까?

 

‘담-마당-진입로-집-방-창-나’, 주택은 대개 이 정도의 틀로 인식된다. 담 밖에는 동네가 있고, 안쪽 마당에는 흙과 초목이 있고, 대문을 열고 현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여전히 하늘 아래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집에는 나를 반겨줄 누군가가 늘 있다. 언제나 이러한 순서로 나는 방으로 들어가 바깥세상의 일들을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다시 창을 통해 빛으로든 소리로든 세상이 거기 있음을 안다. 이러한 물리적인 혹은 건축적 틀 사이사이에 다양한 사건과 기억이 채워진다. 우리 식구는 같은 틀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집’이다. 이미 도시에서 이러한 집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집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기억이나 희망은 여전히 분명하게 남아 있다.

 

 

건축주는 여기저기 아파트에 흩어져 살던 자신의 가족뿐 아니라 자매의 가족까지 모두 네 가족을 모아, 할머니부터 갓난아이까지 20명이 넘는 가족들을 위한 집을 건축하고자 했다. “담을 세울 수 없습니다. 1층은 투시형 외관이어야 합니다. 층수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1층엔 주택을 둘 수 없습니다. 이곳은 지구단위계획으로 세세한 규제가 있는 땅입니다.” 영역성, 안락함, 자연으로 구성된 건축주의 집에 대한 기억, 다시 모두 모여 살기 위한 꿈을 과연 여기서 이룰 수 있을까?

남양주 별내 신도시 단독 11-4-10 필지. 이 대상지는 1층에는 근린생활시설과 주차장, 2, 3층에는 임대용 다가구주택, 4층에는 건물주의 주택으로 구성되는, 최대한의 바닥면적과 세대수로 채워진 건물들이 들어서도록 계획된 소위 ‘점포 주택지’ 블록에 입지한다. 몇몇 집장사 건설사에 의존해 지어진 블록 전반은 비슷비슷한 형태와 재료로, 비슷한 새시와 뿌옇게 차단된 창들을 사방으로 그대로 드러낸 건물들로 채워져 있으며, 보행자를 위해 확보하도록 계획된 공지는 주차 차량으로 차단되며, 법적으로만 준공된 조경은 거의 사라졌다. 사업성에 맞춘 규모 규제와 어설픈 소통에 대한 규제로 구성된 이 지구단위계획은 과연 어떤 ‘마을’을 위한 것인가?

마치 마트에 진열된 상품처럼, 원형지를 깎아 분할해놓은 그만그만한 필지 중 하나를 골라 그 안에 자신만의 집을 배타적으로 건축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과연 이 집은 세워졌을까? 단지 네 가족을 모으고 여러 세대가 함께 안락하게 살고자함이 이 건축주가 원하는 전부인가?

 

 

건축주와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몇 해에 걸쳐 인연을 맺었고, 이 블록 대로변에 건축주의 사옥을 설계했다. 건축주는 그간 사업상 관계된 지인들에게 이 블록 내에 점포주택을 짓도록 했고, 사돈네도 들어오도록 했으며, 직원들의 집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건축주는 이곳에서 자신 소유의 건축만이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저녁이면 약속이 없어도 그들은 어느새 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차를 마시며, 지나가던 아이들도 인사를 툭 던지고 가는 그런 그들 나름의 마을을 만들고 있었다.

건축주는 집이 완성되기도 전부터, 이 집은 자식에게 물려줄 것이고 다시 흩어질 젊은 세대가 고향처럼 찾아오는 오래오래 머물러 있는 집이 되게 하려 한다 했다. 건축주의 욕망은 한 채의 건축물이 아니고 가족들 기억에 유전될 터전을 새로 세우는 것이었다. 배타적이고 익명적으로 ‘○○번지가 우리 부모의 집이었다’가 아니고 여러 이웃과 회사의 동료들이 함께 기억되는 동네에 터전의 중심을 심는 것이 이 집짓기의 목적이었다. 대단하며 부러운 욕망이다. 별내 신도시 단독 11 블록에서 이 집을 유별난, 혹은 사치스럽고 권위적 존재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건축주의 꿈에 공감하게 되면서, 오히려 주변의 건축 행위가 얼마나 나약하고, 제재를 받고 있으며, 고만고만한가를 생각하게 된다.

 

공법의 변화로 장식화된 벽돌 외벽은 단독주택의 담처럼 집의 영역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공법 장식_ 벽돌은 다른 공업적인 건축 재료와 달리,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으며, 정성스럽고 수없는 반복을 통해 작은 것에서 커다란 것을 이룰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건축주의 목적에 어울리는 재료다. 일반적으로 쌓기도 하고, 띄어쌓기도 하고, 모로 세워쌓기도 했으며, 기둥처럼 좁은 폭으로 하중의 흐름을 단절해 쌓기도 했으며, 철제 보 위에 얹어 쌓기도 했다. 쌓기 공법의 세세한 변화를 통해 벽돌 벽은 정성스러운 공예품처럼 취급됐다.

 

창의 제어_ 영역성을 보장하기 위해 땅에 둘러치던 담을 여기서는 건물 전체에 펼쳐진 입체적인 외벽으로 디자인했다. 전체적으로 37개의 방에서 비롯된 38개의 창은 통합되고 분절되어 열 두 개의 열린 면으로 제어되어, 벽돌 외벽의 디자인에 수용됐다.

 

옥상 퍼걸러 정원은 동서 측의 먼 산자락을 향해 열려 있다. ©Lim Dokyun​

 

4층 주택 앞뜰은 모로 세워 쌓은 조적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Lim Dokyun​

 

여섯 개의 정원_ 땅에 이룰 수 없는 정원을 매스의 요철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삽입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냈다. 정면의 대나무 포켓, 주차마당과 출입로 정원, 남향에 세대 간 중정, 1층 가족실에 면한 뒤뜰, 4층 공중 앞마당, 옥상 퍼걸러 정원 등 여섯 개의 정원이 이 집 안 여기저기에 스며들어 있다.

 

이 블록 내에서였지만 계획 중에 대지가 변경되었고, 평면은 외관과 밀접하게 연동해 계획해야 했으며, 재료 선정과 세심한 디테일에 시공사는 정성을 다해야 했다. 그리 쉽지 않았던 그간의 과정 자체가 터전을 이루고자 하는 건축주의 희망과 닮았던 것 같다. 건축주는 제2사옥과 디자인센터를 이곳에 짓고자 또다시 계획을 꾸미고 있다. 결국 나도 이 주택이 건축주 가족들의 세상의 중심으로 오래 기억되길 희망하게 되었다. 이 집의 이름은 선지자 사무엘의 어머니 이름을 따와 ‘한나 하우스’라 지어졌다. <진행 김정은 편집장>

 

일조사선 제한으로 물러선 4층 매스 남쪽에는 주택의 앞뜰을 마련했다.

 

다락 층에는 남향의 옥상 퍼걸러 정원을 마련했다.

 

단순한 창의 나열이 아니라 의도적인 외관을 구성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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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건축사사무소 루연(임도균)

설계담당

한성우, 윤남경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874-9

용도

근린생활시설, 다가구주택

대지면적

355.3m²

건축면적

212.47m²

연면적

604.53m²

규모

지상 4층

주차

5대

높이

15.82m

건폐율

59.8%

용적률

170.15%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벽돌, 적삼목

내부마감

벽지, 천연무늬목

구조설계

창민우구조

기계설계

청림설비

전기설계

에이스파트너

시공

건양종합건설

설계기간

2014. 11. ~ 2015. 5.

시공기간

2015. 7. ~ 2016. 5.

공사비

11억 원

건축주

김경화


임도균
임도균은 건축사사무소 루연의 대표이며,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대건설, 일리노이 공과대학 건축대학, 다울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주요 작업으로는 영림빌딩, 나라말 사옥, 제이크하우스, 서야고체육관, 은행나무출판사 사옥, 미넴옴므 사옥 등이 있다. 2008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으며, 서울시 건축상을 3회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