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9월호 (통권 670호)
자연과 인공은 어떤 관계이며, 둘 사이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콘크리트 벽의 깨진 단면에 드러난 모래와 자갈은 거친 돌의 속살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은 자연인가 인공인가? 콘크리트의 벌어진 틈 사이로 풀과 바람이 스며든다. 자연과 인공, 이들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건축의 근본에 대한 질문이다. 대지는 산과 물이 만나는 제천 청풍호 자락에 위치한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淸風明月)’이라는 지명 유래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땅의 고즈넉함을 암시한다. 이곳에 느슨한 감각의 카페를 계획하며 땅의 이야기를 장소의 경험으로 치환하고자 한다. 이는 벽과 지붕이라는 건축의 기본 요소로부터 시작된다. 벽은 경사진 대지를 가로지르며 마당을 나누고 공간의 켜를 연결한다. 이 위에 수평적인 판이 얹히고 안과 밖의 경계를 형성한다. 벽과 지붕은 입체적인 지형에 다양한 켜와 틈을 형성하며, 그 사이 바람과 빛이 스며들 여지를 만든다.
장소의 경험은 자연과 인공이 교차하는 시퀀스를 통해 이뤄진다. 방문객의 여정은 땅 밑으로 내려가며 시작된다. 대지에 틈을 벌려 형성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흘러내리는 형태의 벽이 전면의 숲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판매 공간을 지나 천장에 벌어진 틈을 통해 빛이 스며드는 빛마당이 나온다. 다시 상부로 이동하며 마주하는 콘크리트 돌기둥과 흐트러진 돌마당은 서로 대조를 이루며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형성한다. 식음동 전면에 형성된 수공간의 비물질화된 수면의 흔들림이 거친 콘크리트 벽면에 반사되어 빛을 산란한다. 대지에는 돌과 콘크리트, 벽과 판, 자연과 인공 사이 상호적인 관계가 공존한다. 서로 다른 대상의 관계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둘의 경계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물의 경계에서 때로는 부딪힘을 형성하지만 다름의 본성은 사실 다르지 않음을 인지하게 된다. 결국 경계는 흐릿해지고 관계의 중요성이 떠오른다.(글 나은중, 유소래 / 진행 방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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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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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
이창수, 이정호, 강택규, 박지훈, 김알리나
충청북도 제천시 금성면 청풍호로 1566
근린생활시설(카페)
2,843㎡
262.15m㎡
290.46㎡
지상 2층, 지하1층
19대
6.4m
9.22%
10.22%
철근콘크리트조
노출콘크리트 치핑, 콘크리트 정다듬, 투명복층유리
노출콘크리트 치핑, 콘크리트 폴리싱
(주)이든구조컨설턴트
(주)선이엔지
태연디앤에프건설(주)
2021. 6. ~ 12.
2022. 4. ~ 2023. 4.
콘크리트월
조경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