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1월호 (통권 674호)
대지는 양재 꽃시장 인근에 조성된 주택단지인 서초구 신원동에 위치한다. 서울에서 보기 힘든 한적한 전원마을의 풍광을 지닌 이곳은 북서쪽으로 구룡산과 안산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고 가깝게는 여의천을 품고 있다. 건축주가 대표로 있는 회사 사옥과 건축주 가족의 주거 공간을 겸한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대지를 나누어 쓰되 ‘따로 또 같이’의 조화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대지는 북서쪽의 훌륭한 풍광을 제외하고 삼면이 모두 다른 형태의 주택들과 바로 인접해 있었다. 이웃 집들과 외형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운 환경에서, 우리는 먼저 사옥과 주택을 두 동(매스)으로 나눈 다음 두 건물이 관계를 맺으며 조망과 하늘, 빛을 최대한 누리도록 했다. 인접 주택으로 가로막히지 않는 입면에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한 넓은 개구부를, 주택과 인접한 입면에는 세컨드 스킨을 두었다. 두 매스는 서로 길을 비켜주듯 자리를 잡았다. 매스가 마주 보는 모서리를 엇갈린 곡면으로 처리해 조형적으로 통일성을 가지면서 프라이버시도 지키고자 했다. 이 곡면은 건물로 진입할 때 동선을 부드럽게 이끄는 장치로도 작동한다.
차경이 부재한 곳에는 근경의 정원, 선큰가든, 중정을 배치해 자연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였고, 천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실내 공간을 품도록 했다. 주택의 경우 원경과 근경의 조망에 따라 공간의 위계를 구분했다. 아늑한 마당과 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는 건축주 부부가 많이 머무는 공간을 우선 배치했다. 멀리 산이 보이는 가장 좋은 위치에 안방을 두고, 테라스가 딸린 욕실 안에서도 산자락을 볼 수 있게 했다. 거실과 이어진 주택 입구의 아담한 정원은 분재가 취미인 안주인에게 안채 뜰과도 같은 공간이다. 대형 슬라이드 문을 여는 순간 거실은 내외부 경계가 사라진다. 자녀들이 가끔 와서 머무는 방은 1층과 지하에 배치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옥은 동선의 흐름에 따라 어디서나 자연광을 경험할 수 있게 했고 넓은 테라스와 풍광을 즐기며 쉴 수 있게 계획했다. 건축주 요청으로 옥상에는 직원들과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정원을, 선큰이 있는 지하에는 스포츠 공간을 마련했다. 시간이 지나 두 건물은 물리적, 행태적 관계 속에서 대화를 나누며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것이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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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유이화)
윤아영, 다나카 토시하루, 최희영, 한승희
서울시 서초구 본마을1길 5-2
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
777㎡
386.55㎡
1167.26㎡
지상 2층, 지하 1층
8대
7.9m
49.75%
72.73%
철근콘크리트조
노출콘크리트, 목재, 석재, 아연용융도금 스틸
열연강판, 원목, 천연무늬목, 원목마루
서진ENC
서원이엔씨
한국티이씨
(주)더프레임종합건설
2020. 3. ~ 12.
2020. 12. ~ 2021. 11.
(주)세명엠디
일곱난쟁이의 숲(조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