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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땅심을 찾아: 내수면 관상어 비즈니스 센터

소와요 건축사사무소

글
이진혁
사진
장미(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소와요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보경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4년 10월호 (통권 683호) 

 

 

내수면 관상어 비즈니스 센터가 위치한 낙동리는 상주 인근의 소도시다. 마을버스가 있지만 대기 시간이 참 길다. 이곳에 상주하는 택시 기사는 애석하게도 한 명뿐이다. 단층의 건물들, 단돈 5,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짜장면, 한산하다 못해 고요한 도로까지 여러모로 도심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이곳에 들어선 내수면 관상어 비즈니스 센터는 ‘비즈니스 센터’라는 다소 거창한 명칭답게 관상어 연구시설 외에도 널따란 전시장, 청년 사업가를 위한 다수의 임대 사무실, 12실의 숙소 등을 품고 있는 건축물이다. ‘유동 인구가 없는 낙동리에서 이 공간이 작동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2021년 11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설계자로서 해당 공간이 충분히 쓰일 수 있도록 약 3년 동안 기울인 노력을 적어보았다.

 

 

 

단층처럼 보이고자 하는

대지는 나각산 계곡 지형에 위치한 곳으로, 오랜 시간 계단식 논으로 이용됐던 산자락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이곳에 테마공원을 조성했다. 안타깝게도 테마공원의 효용이 다했고, 대지에 새로운 쓰임을 찾아 내수면 관상어 비즈니스 센터가 조성됐다.

대지의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의 레벨 차이는 4m가량이었다. 완만한 경사라 단차를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건물의 복합적인 프로그램(연구, 업무, 전시, 숙소 등)을 앉히려면 명쾌한 동선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경사면에 2개 층의 건물을 만들고, 경사지의 시작점에는 1층 출입구를, 경사지의 끝점에는 2층 출입구를 만들어 복잡한 프로그램의 동선을 구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대지에 테마공원이 조성되기 전의 모습, 계단식 논의 형태로 다시금 회귀하는 것을 상상하며.

2층 규모의 건물이지만, 남측과 북측의 진입구에서 모두 단층의 건물처럼 인지된다. 낮은 건물의 모양새는 낮은 산세를 가지고 있는 주변 대지의 환경에 잘 녹아들 수 있으리라.

 

 

 

 

두 개의 층, 두 개의 로비

남측으로 진입할 수 있는 1층에는 임대 사무실, 직원 사무실, 관상어 연구실, 관상어 사육실 등이 위치해 있다. 관상어 연구실은 제한된 인원만 출입을 허용하기에 주 출입구에서 멀어질수록 보안 등급이 높은 실들을 배치했다. 1층 곳곳에 계획된 중정은 연구소 직원을 위한 쉼의 공간으로, 건물 내부에 빛을 들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2층에는 전시장과 숙소를 배치했다. 전시장과 숙소는 별동으로 계획해 각각의 출입구를 두었지만, 두 개의 건물은 천장면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연결된다. 두 동을 잇는 콘크리트 구조물에는 지름 1.5m의 원형 개구부가 계획되어 있는데, 원형 개구부를 통해 떨어지는 빛이 전시장 출입구의 위치를 넌지시 알려준다. 전시를 관람한 방문객은 나각산으로 열려 있는 옥상정원의 느슨한 풍경을 바라보며 쉼을 가진다. 같은 층의 숙소동은 옥상정원 반대편으로 열려, 동측 언덕의 나지막한 경사면을 사적인 경관으로 간직한다.

건물에 진입해 처음 마주하는 것은 로비 공간이다. 1층과 2층의 쓰임이 다르듯 서로 다른 전략을 가지고 두 로비 공간을 계획했다. 연구실과 창업시설이 위치한 1층의 로비는 양명한 공간으로, 업무 공간의 전초적인 역할을 하길 바랐다. 1층 연구 로비에 설치된 16m 길이의 천창은, 중간 구조물이 창을 가로지르지 않아 빛의 형상이 더욱 명확하다. 점심 무렵부터 천창의 빛이 바닥에 떨어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구 로비 벽면의 백색 OSB 합판을 훑는다. 빛을 받은 합판은 까끌까끌한 텍스처를 드러내며 어느덧 오후를 향해가고 있음을 알린다. 

전시실이 위치한 2층의 로비는 오롯이 쉼을 위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북측 진입로로 건물에 들어오는 이들은 2.6m 높이의 노출콘크리트 천장면을 따라 로비로 진입한다. 백색의 도장으로 마감한 1층과는 다르게, 2층 로비에서는 외부 재료인 점토벽돌과 천장의 콘크리트 노출면이 내부로 이어져 들어온다. 전시를 보고 난 후 다시 로비로 돌아오는 동선은 관람객이 전시를 보는 시간 외에도 로비와 마주한 옥상정원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한다.

 

©PHSG 

 

©PHSG

 

©PH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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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햇빛과 콘크리트 처마 그리고 30만 장의 벽돌

상주는 햇빛이 강렬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매서운 햇볕에 대응하여 다수의 처마를 계획했다. 옥상정원 한 면에 설치된 기다란 콘크리트 처마는 보행길에 그림자를 드리워주어 낮에도 방문객이 따가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쉼터로 손색없다. 100m 길이의 콘크리트 처마 밑면은 2.6m 높이에 맞춰 계획했다. 2.6m는 보행자에게 처마로서 적당히 개방감이 있는 높이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른 요소들과 같은 레벨을 가지도록 조정한 수치다. 2.6m는 2층 로비 천장의 이중 슬래브 하단면의 레벨이며, 1층 로비의 긴 천창을 지지하기 위한 1.4m 높이 보의 하단 레벨과도 동일하다. 보 하단 높이와 동일한 높이로 계획한 것은 구조적 합리성도 있지만, 액체 상태에서 서서히 굳어가며 구조적 힘을 갖춰가는 철근콘크리트의 시공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했다.

콘크리트와 벽돌, 이 두 가지의 단순한 재료로만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몇 가지 구조적 장치를 마련했다. 2층 숙소 진입구에 깊이 있는 처마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중 슬래브의 하단 슬래브만을 남겨 역보로 계획하고, 이 역보를 노출시켜 건물의 입면이 되게 했다. 2층 동측에 위치한 12실의 숙소 부분은 1층의 라멘 구조에서 벽식 구조로 전환해 계획했다. 이 벽식 구조는 테라스로도 연장된다. 이러한 여러 구조적 어휘가 동측 입면에 온전히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각종 처마의 깊이는 특수 구조물 심의를 피하기 위해 3m 이내로 조절했는데, 이 부분이 다소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공모전 단계에서 제안한 외벽 재료는 사비석 판석과 석회질 미장, 콘크리트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비석과 석회질 미장은 모두 공공 건축과는 어울리지 않는 재료였다. 중간설계 이후 60억 원가량 초과한 예산을 조정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 결과 선정된 외부 재료는 콘크리트와 점토벽돌이었다. 단일 공종이 일정 공사비를 넘어가면 ‘나라장터 쇼핑몰’이라는 다소 진부한 이름의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으로 시공돼야 하는데, 이 쇼핑몰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 중에서 벽돌을 선택한 이유는 시공의 단순함이다. 벽돌은 한 장 한 장 쌓는 비교적 단순한 시공 방법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비숙련 시공자가 투입되어도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 건물에는 약 30만 장의 벽돌이 사용되었으며, 연한 톤의 벽돌은 강렬한 햇빛과 만나 단단한 상을 만든다. 숙련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것은 콘크리트 또한 마찬가지다. 거푸집이 설계도에 맞춰 잘 만들어진다면, 콘크리트는 물처럼 흘러 거푸집을 메우고 걸출한 마감재로서 역할을 다한다. 하지만 이보다 지금의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냉철한 눈으로 수많은 도서를 검토해준 현장 소장의 치밀한 노고다. 이 글을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한다. 

 

 

계단식 논으로 오랜 시간 이용되었던 대지는 거주민들의 ‘식’을 담당하던 생활 터전이었다. 과거 농부들이 쓰던 말 중에 ‘땅심’이라는 단어가 있다. 농작물을 길러낼 수 있는 땅의 힘이라는 뜻인데, 우리는 이곳에서 새로운 땅심을 찾아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처마 아래에서 나각산을 바라보고, 대지를 가로지르는 작은 개울가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옥상정원을 산책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경험으로 방문객들이 이 땅의 다양한 매력을 찾기를 바란다. 또 낙동리에도 어느 순간, 다시금 활력 있는 시기가 도래하기를 희망한다.​ 

 

월간 「SPACE(공간)」 683호(2024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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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소와요 건축사사무소(이진혁)

설계담당

배홍철, 최윤주, 김도희

위치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 3-2

용도

교육연구시설

대지면적

14,000㎡

건축면적

3,957.2㎡

연면적

4,538.3㎡

규모

지상 2층

주차

26대

높이

12.9m

건폐율

28.27%

용적률

32.4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점토벽돌,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osb 합판, 점토벽돌, 석고보드 위 페인트, 노출콘크리트, 화강석 잔다듬

구조설계

(주)제이더블유구조안전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주)하나기연

시공

(주)명산건설

설계기간

2021. 7. ~ 2022. 12.

시공기간

2023. 1. ~ 2024. 8.

공사비

158억 원

건축주

경상북도

조경

조경상회(이대영)


이진혁
이진혁은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원오원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쌓았다. 누군가가 공간을 경험하는 과정을 상상하며, 공간을 이루는 것들을 섬세하게 계획하고, 다듬으려 한다. 2021년 소와요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인테리어, 리노베이션, 공공 건축 등 다양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