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삶과 바다의 교차점에서: 대천항 관공선 통합사무실

코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글
김민호
사진
장원준
자료제공
코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보경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4년 8월호 (통권 681호) 

 

 

도시에 경찰차, 구급차, 환경 미화차 등 다양한 인프라를 위한 관용 차량이 있듯이 바다에도 병원선, 순찰선, 지도선 등 유사한 종류의 선박이 있다. 이러한 배들을 관공선이라 부르며,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고 해양 환경의 보호와 관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천항 관공선 통합사무실은 사무실 없이 선박에서만 근무해온 다양한 규모의 관공선 근무자들을 하나의 공간으로 모으는 프로젝트로, 일곱 개 관공선의 사용자들이 한 건물에서 동거함으로써 생기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건축적 대안이 필요했다.

관공선의 선원 모두가 바다와 연결된 삶을 살지만, 담당하는 관공선의 역할과 목적이 다르기에 각자의 이야기는 다르다. 누군가는 고요한 아침 바다를 지켜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거친 파도에 부딪히며 밤을 지새운다. 이 건물은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교차하는 장소가 된다. 각기 다른 업무와 공간적 요구를 가진 이들이지만, 이곳에서 그들은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 조화를 이루어나갈 것이다. 그러기에 설계자로서 각각의 요구와 조건을 파악하고 섬세하게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충청남도 보령시, 항만 관련 계획관리 지역에 위치한 대상지는 전면부에 8m 도로가 놓여 있고, 그 너머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10m 남짓한 대지를 지나면 서해가 끝없이 펼쳐진다. 후면부에는 생앵산이 우뚝 서 있어, 대상지가 바다와 산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어구 수선장과 임시 설치물들이 늘어서 있어 다소 어수선하다. 새로운 건물은 이러한 혼란을 정리하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는 형태로 계획돼야 했다.

대상지의 주변 맥락을 고려할 때 도시적 스케일에서는 바다와 산이라는 자연 요소가 지배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건축적 스케일에서 고려해야 할 주변 건축물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전방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시야를 가득 채우고, 주변은 건축물이 하나도 없는 빈 부지. 이곳에서 건물의 배치와 형태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신중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분절된 매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레 우리는 유일한 맥락이었던 바다와 산에 집중했고, 서해와 생앵산이라는 두 자연의 흐름을 이어주는 것을 프로젝트의 주요 개념으로 설정했다. 2층 규모의 건물에서 1층은 통합된 형태로 계획하고, 우선 다양한 공용 지원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라운지를 포함한 다목적 공간을 배치했다. 2층은 각각의 관공선마다 독립된 사무 공간을 배치하고 산과 바다를 연결하는 개념을 담아 분절된 형태로 구성했다. 2층의 매스를 분절하며 만들어진 외부 공간은 기능적으로 선박별 독립된 공간과 동선을 제공하며, 남향 채광을 최대한 확보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한다. 

 

회랑

독립된 2층의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 분절된 매스가 기단부 역할을 하는 1층 위에 올라탄 형태로 계획했고, 기단부의 깊이감을 위해 1층 매스를 전체적으로 둘러싸는 회랑 공간을 마련했다. 이 회랑은 야외 공간이지만, 기둥과 상부 테라스가 만드는 공간의 경계로 인해 건물 내부에서 연장된 반외부 공간으로 인식된다. 또한 회랑은 바다와 건물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며 서해에서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서향 채광을 한번 걸러주어 실내 공간을 보다 쾌적하게 만든다. 회랑은 단순히 외부와의 완충 공간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시각적, 감각적으로 다양한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한 물리적 구조를 넘어, 사람의 경험과 기억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는 것이다. 회랑을 지날 때마다 바다와 산의 자연경관이 변화하며,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는 사용자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하며, 공간의 질을 향상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개별 업무 공간에서 일하는 사용자들의 단절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회랑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패턴 랭귀지』(1977)에서 제시하는 공간의 연속성과 경험의 흐름을 강화하는 요소로 해석될 수 있다. 알렉산더는 건축적 요소들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질을 강조하며, 회랑과 같은 요소들이 건축물과 사용자의 상호작용을 풍부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는 회랑이 단순히 이동 통로가 아니라, 사람들의 움직임과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다양한 활동과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대천항 관공선 통합사무실의 회랑도 이처럼 자연의 요소를 건축에 통합하고 사람들 간에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등 사용자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두 가지 재료

두 개 층의 분절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1층에는 노출콘크리트를, 2층에는 회색 벽돌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텍스처의 재료가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이는 케네스 프램튼의 ‘비판적 지역주의’ 이론에서 언급된, 재료의 본질적 특성을 활용해 장소성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프램튼의 이론은 특정 지역의 전통적, 문화적 요소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재료와 기술을 통해 장소의 특성을 강화하는 것을 지향한다. 벽돌과 콘크리트는 보편적인 재료지만, 그 물리적 특성과 시각적 효과를 통해 건물이 위치한 장소와 유기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1층의 노출콘크리트는 서해의 거친 환경을 견디는 견고함을 보여주며, 동시에 그 간결한 텍스처는 주변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다. 회랑 기둥은 줄눈 없는 노출콘크리트를 적용하고, 슬래브 면은 세로 줄눈을 살려 동일한 재료임에도 각기 다른 수직, 수평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2층의 진회색 벽돌은 생앵산의 색조와 어우러지며, 벽돌의 배열 방식과 패턴을 통해 건물의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접근법은 단순히 건물의 기능을 넘어, 그 자체로 장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데이션 월

바다를 바라보는 2층 전면부의 창 곳곳에 치장벽돌을 쌓아 올려 만든 ‘그러데이션 월’은 유리처럼 완전히 투명하지도, 콘크리트 벽처럼 완전히 불투명하지도 않다. 이러한 방법은 공간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사용자가 내부와 외부를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인식하게 한다. 실내에서 벽에 근접하여 마주하면 벽돌 사이의 빈 공간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며, 멀어질수록 벽의 그러데이션 효과가 도드라져 보인다. 벽의 끝 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빈틈을 따라 내부 이용자의 시선은 점점 개방된 창으로 향하게 되며, 이렇게 벽의 끝에서 드넓은 서해의 전경이 나타난다. 이 풍경은 시간에 따라 벽돌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빛의 변화와 함께 사용자에게 다층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대천항 관공선 통합사무실은 일생의 대부분을 바다와 함께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됐다. 이곳은 바다와 사람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다양한 시각적, 공간적 경험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바다와의 끊임없는 투쟁과 조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들의 삶과 바다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곳이 그들에게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면 한다. 업무 공간이지만 밤낮없이 각자의 임무를 다하고 항구에 들어왔을 때 그들에게 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이곳에서 그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와의 심미적 만남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희망한다.​ 

 

월간 「SPACE(공간)」 681호(2024년 0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계

코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김민호)

설계담당

이우석, 박근홍, 홍동관, 송석민

위치

충청남도 보령시 신흑동 2247-4 일원

용도

업무시설(공공 업무시설)

대지면적

4,509.2m²

건축면적

1,035.25m²

연면적

1,335.61m²

규모

지상 2층

주차

65대

높이

9.2m

건폐율

22.95%

용적률

29.6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벽식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벽돌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구조설계

SDM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주)이래엠이씨

전기설계

(주)성지이앤씨

시공

(주)삼한

설계기간

2021. 2. ~ 8.

시공기간

2022. 6. ~ 2023. 8.

공사비

약 40억 원

건축주

충청남도 건설본부


김민호
김민호는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삼우 UAE, 코마건축사사무소 등 국내외에서 실무와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7년, 코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현재까지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드(KODE)는 ‘knowledge office of design elements’의 약자로, 경험을 통한 디자인 요소가 모이는 인적 지식 공간을 뜻한다. 정해진 틀을 거부하고 장소의 맥락과 프로그램, 사용자 요구 등에서 도출되는 실마리를 조율하여 필연적이고 독창적인 형태와 공간을 구축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