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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플레이: 양양하나 어린이집 | 스튜디오 케이웍스

스튜디오 케이웍스

사진
김용관
자료제공
스튜디오 케이웍스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5년 1월호 (통권 686호) 

 

 

김광수 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 × 이종건 作家

 

홈리-언홈리

이종건(이): 어린이집이라는 용도 때문인지 여기서도 색이 많이 쓰였다. 주 테마로 여겨질 만큼, 외부에서 접근할 때, 그리고 내부 공간 곳곳에 색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색의 역할은 무엇인가?

김광수(김): 색동저고리가 은유하는 잠재성이다. 어떤 방법론으로 색에 접근할지를 고민했을 때 천장에서는 밝은색으로 다른 차원을 떠올리게 하고, 아래의 벽체는 아이보리 색으로 구성해 아이들의 생명력으로 천장이 들리는, 아이들의 기운으로 무언가가 형성되는 감각을 염두에 뒀다.

 

 

 

이: 밝은색은 우리를 밝고 가볍고 즐겁고 유쾌하고 명랑하게 한다. 빛이 비칠 때에는 더 그럴 것 같다. 공간적으로는 방과 방이 아닌 곳이 분명히 구별된다. 사회적 공간인 식당마저 방처럼 높이가 나지막하다. 그에 비해 복도나 실과 실 사이의 공간은 방과 비교해 두 배 정도 높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도시를 배회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의도적으로 공간의 스케일을 구분했는지 궁금하다.

김: 그렇다. 식당, 보육실 같이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은 상대적 안정감을 위해 일반적인 천장 레벨로 구성했다. 이곳에서 복도나 강당으로 나왔을 때 해방감을 느끼면서 아이들끼리의 부딪힘, 만남과 같은 사회적인 해프닝이 생기길 바랐다. 

이: 공간을 이용할 아이들이 0세부터 5세까지라고 하니 이 나이에 형성될 자아와 공간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집이 절대적 사랑의 장소인 자궁의 확장이라고 한다면, 이곳은 훈육이 이뤄지는 낯선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은 대비되는 두 세계, 즉 홈리(homely)한 장소와 언홈리(unhomely)한 공간을 왕복하게 되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갈등 혹은 혼란을 부드럽게 매만지는 데 작은 공간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집에 들어가듯이 신발을 벗게 계획한 입구도 그러한 의도인가 싶은데….

김: 실내의 실내화 착용은 지침이기는 했다. 어린이집 설계는 「영유아보육법」이나 각종 시설 기준에 따라 설계돼야 하는데, 제한된 프로그램이나 관리상 시각적 사각지대를 금지하는 등 그 기준이 안전과 관리의 문제에 온통 집중되어 있어 결코 만만치 않다.

 

 

지붕-노모스

이: 이 작업에 파사드가 있는가?

김: 특별히 없다. 파사드라기보다는 큰 마당에서만 건물의 단면 형상이 전체적으로 보이며 마당과 적극 관계한다.

이: 파사드의 역할은 지붕의 형상이 떠맡고 있는 것 같다. 진입할 때 지붕이 보이지 않아 익명의 덩어리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외부로 노출된 천장의 색은 특별한 장소감을 부여한다. 입구의 거대한 원의 조형 또한 새로운 스케일의 세계에 진입한다는 점을 인지시킨다. 두껍게 현상하는 지붕과 거대한 원은 앨리스의 원더랜드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스케일의 변환 혹은 차이는 의도적인 것인가?

김: 고민을 많이 했다. 말한 것처럼 익명의 공간을 기대한 것도 있다. 남대천과 그 제방도로 북측에 접해 있는데, 제방도로의 레벨이 높다. 그래서 도로에서는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들어갈 때도 파사드가 없어 보이는, 오괴헌의 외부 담장과 비슷하게 구상했다. 지붕의 모습은 사실 외부의 형태 감각보다는 내부 구성에서 기인했다. 아이들의 기운이 솟아오르고 채광이 들어오는 등의 내부 논리가 더 중요했다. 건물이 전체적으로 조망되는 큰 마당 또한 사실은 내부로 여겼고, 마당과 건물은 적극 관계한다.

 

 

 

 

이: 복도도 우리가 통상 경험해온 넓이가 아니다.

김: 한쪽에 아이들의 옷걸이가 있고, 장난감도 수납하고, 학부모가 오면 시창으로 아이들을 보다가 벤치에 앉아 있을 수도 있다. 그곳은 복도라기보다는 도시의 거리와 같다.

이: 건축가로서 이 작업에 투영한 욕망은 무엇인가?

김: 배리어 프리 등 각종 규제로 인해 그라운드 레벨에서는 무언가를 시도하기가 힘들었다. 높낮이를 조율하면 1/18 경사의 램프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지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공간의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이 단지의 전체 사업은 어린이집, 가족센터, 산후조리원을 조성하는 것이고, 그중 나는 어린이집의 설계 담당이었다. 그런데 단지 내에서 어린이집의 위치가 바뀌면서 설계를 다시 하게 됐고, 본의 아니게 마스터플랜까지 맡게 됐다. 대상지가 변경되며 작업 시간이 굉장히 촉박해졌다. 일단 나의 다른 작업과 대별해서는 어린이집이라는 프로그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안전과 관리라는 측면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할 만큼의 설계 규정들이 설계를 만만치 않게 했다. 돌이켜보니 어린이집은 생명관리정치의 아주 첨예한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종종 산에 갈 때 트래킹 데크 같은 게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산에서조차 사고가 나면 공무원이 질책을 받기도 한다는데, 그만큼 생명관리정치에 의해 외부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마틴 스코세이지는 대부분의 오락, 할리우드, 마블 영화들은 시네마가 아니라고 했다. 세상에는 위험하고 비밀스럽고 숨어 있는 감정이 있는데 그 감정이 드러나야 시네마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을 명목으로 모든 걸 통제하면서 위험한 상상마저 제거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땅에 붙은 것들이 노모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결정된다면, 지붕이야말로 상상을 허락해 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월간 「SPACE(공간)」 686호(2025년 0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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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스튜디오 케이웍스+ 건축사사무소 커튼홀(김광수)

설계담당

권혁태

위치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서문리 40-4번지 외 16필지

용도

노유자시설(어린이집)

대지면적

6,148.82㎡

건축면적

2,328.82㎡

연면적

2,793.45㎡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9대

높이

10.3m

건폐율

37.87%

용적률

41.6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마감

외단열미장공법(STO), 벽돌, 세라믹타일

내부마감

탄화코르크, 페인트

구조설계

(주)밀레니엄 구조

기계설계

(주)주성이엔지

전기설계

기술사사무소 우림전기

설계기간

2021. 1. ~ 2022. 2.

시공기간

2022. 5. ~ 2024. 2.

공사비

129억 원

건축주

양양군

조경설계

스튜디오 테라, 김아연

사이니지·심볼그래픽 디자인

강과 돌(이형석)

건축시공

네이처이앤티(주)

인테리어 시공

(주)세전예건


김광수
김광수는 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이자 건축사사무소 커튼홀 공동대표다. 그는 현대의 사회성과 도시 건축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며, ‘방들의 가출’(베니스비엔날레, 2004), ‘달로문학관’(오스트리아국립박물관, 2013), ‘여기에서 여기를’(아르코미술관, 2019), 베이스캠프 마운틴(국립현대미술관, 2024) 등의 작업을 전시한 바 있다. 주요 건축설계 작업으로는 부천아트벙커 B39, 신촌문화발전소, 철원 DMZ 철새타운, 광주시민회관 재조성사업, 판교 케이브하우스, 합천 영상테마파크휴게소, (주)삼덕사옥 등이 있으며, 공저로는 「미로 1: 참조와 인용」(2024), 『제주현상』(2016), 『철새협동조합』(2012), 『Stadebauwelt_vlo9_Wonderland』(2008), 『느림의 도시 순천』(2007), 『패스터 앤 비거』(2007) 등이 있다.
이종건
이종건은 작가이자 건축비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