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1월호 (통권 686호)
지속 가능한 중간건축의 태도▼1: UWS 빌딩

UWS 빌딩은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서측, 상주인구보다 출퇴근 유동인구가 더 많은 이면도로에 자리한다. 교차되는 내부 가로 코너에 위치한 60여 평 주거용 필지에는 4년 전만 해도 단독주택이 서 있었다. 필지는 동쪽의 영동대로(폭 70m), 남쪽의 테헤란로(폭 50m), 서쪽의 삼성로(폭 35m), 북쪽의 봉은사로(폭 35m)를 경계로 하는 600×700m 크기의 전형적인 강남 거대 블록 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강남 개발은 급증하는 서울 시민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1970년대 초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강남과 강북을 잇던 다리는 한남대교와 영동대교 단 두 개뿐이었다. 이 두 축을 잇는 강남대로와 영동대로 사이를 다섯 개로 나누어 구획하며 강남의 거대 블록은 형성되기 시작했다. 서구 도시 블록 수십 배 면적의 거대한 격자 속에서 구릉 지형을 따라 비정형적인 내부 도로망이 펼쳐졌고, 이를 기반으로 수천 개의 단독주택 필지들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형성된 강남의 도시 조직은 블록의 화려한 외곽과 내부의 소박한 모습 사이의 극명한 대조가 특징이다. 이와 함께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은 강남을 끊임없이 변모시키며 단독주택에서 다세대, 근린생활시설, 아파트로 계속되는 재개발을 통해 도시 밀도를 점진적으로 높여왔다.


더불어 상업시설의 비중도 꾸준히 증가했다. 오늘날 서울 상업용 건축의 연면적 비율은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뿐만 아니라 이면도로를 빼곡히 채운 자영업자들의 가게들도 이 비율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주거지를 대체하며 늘어난 근린생활시설은 이면도로를 빈틈없이 채우며 도시경관에 혼돈을 더하는 동시에, 가로수길이나 서래마을 같은 캐릭터가 분명한 장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7층 이하의 건축물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일반주거지역이 도시 면적의 절반을 넘는다는 통계는 근린생활시설이 얼마나 일상적인 건축 유형인지를 보여준다. 도시 경관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이 건축물들은 소형 건축사사무소나 아틀리에의 젊은 건축가들에게 창의적 실험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최대 임대 면적 확보라는 경제적 압박과 일조권 및 도로 사선제한 건축 규제▼2에 의해 정돈되지 않은 생경한 디자인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1990년대 초부터 반성의 대상▼3이 되었으며, 2016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용적률 게임(The FAR Game)〉은 이러한 도시, 건축적 현상을 재조명하며 도시 조직과 한국 현대건축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UWS 빌딩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새로운 도시적 태도를 모색한다. 건축주가 보여준 최초 설계안은 기존 강남 근린생활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와 유형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 건물처럼 1층에 둔 필로티 주차장 때문에 지층 파사드가 없는 6층의 근린생활시설로 건물의 스케일에 비해 분절과 디자인 요소가 많았다. 의뢰받은 재설계 과정에서 혼돈스러운 맥락을 따르기보다는, 도시 조직의 대부분을 채울 가장 많은 수의 건축물로서 보편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축 유형의 달성을 목표로 두었다. 그때 몰두했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는 ‘지속 가능한 도시 맥락을 형성하는 건축물’이다. 혼돈, 충돌, 무질서로 정의할 수 있는 대상지 주변 맥락은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매일 벌어지는 일상을 잘 살기 위한 ‘높은 수준의 보편성’을 앞으로 형성될 미래 도시 맥락의 목표로 삼았다. 역사가 긴 세계 여러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과 차분함을 갖추려 했다. 이를 위해 건폐율과 용적률을 최대로 활용하되 매스의 정형성은 유지했다. 넘치는 연면적을 줄이기 위한 슬래브 오프닝은 실내에서만 인지되도록 했고, 일조권 사선제한은 재료의 투명성을 이용해 매스에 경사진 부분이 없게 처리했다. 외부 재료는 단순한 색채와 톤을 유지하며 과도한 조형을 배제해 도시 가로에 안정감을 주고자 했다.
두 번째로는 ‘가로와 보행 환경에 기여’를 목표로 삼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삼성동 이면도로 교차로에 위치한 빌딩은 외부에서 잠시나마 기대어 쉴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한다. 발주처를 설득해 필로티 주차장 대신 지하 2층에 기계식 주차장을, 지층에는 이 공간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길모퉁이 상점이나 카페를 위한 조그만 임대 공간을 넣었다. 경우에 따라 지하 1층 혹은 2층, 3층까지 임대해 통합 사용할 수도 있다. 남은 건폐율에서 허락하는 최대 면적의 캐노피를 둘러 가게의 출입구와 간판, 그리고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보행에 도움이 되는 작은 요소들을 더했다. 사거리를 향해 3층까지 열린 코너는 내부 상업 활동의 활력을 거리로 드러내 보행자와 상호작용하게 했고, 잠시 머무르거나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조그만 필로티 공간을 주 출입구 옆에 제공했다.

Diagram
마지막으로는 ‘건축주의 이익 극대화’이다. 입주할 IT기업을 고려한 빌딩 디자인은 마치 애플의 제품처럼 미니멀하고 매끄러운 금속 표면을 통해 기업의 간판이나 홍보 패널 없이도 그 정체성을 드러낸다. 재료의 자투리가 남지 않는 절곡패널 단면과 이음이 감춰지는 패널 결합 방식을 통해 한 피스로 한 층 전체가 마감된 듯한 외관을 완성했다. 층을 구분하는 플래싱과 1층 캐노피는 두꺼운 재료를 사용해 높은 평활도와 내구성을 확보했으며, 최소한의 유지관리로도 외관과 성능이 유지될 수 있게 했다. 평면은 건축주가 요구한 워크스테이션 모듈을 반복하며 인원을 최대한으로 수용하면서 회의실이나, 임원실 등 필요한 변형이 가능한 알코브를 두어 범용성을 높였다. 또한 고도의 집적된 설비, 소방 설계로 3.6m의 층고에도 3.37m의 실내 천장고를 확보하고 남측의 커튼월로 태양광을 유입해 조명부하를 줄였으며 자연 환기가 가능한 맞통풍 창을 모든 층에 두었다. PS실 내부는 스프링클러와 조명을 설치해 평상시 부가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며 내부 코어벽면 마감인 도장스틸패널은 자석 게시판 기능도 한다. 옥상은 벽면녹화를 포함한 저관리형 조경을 두고, 뜬바닥 설계로 구배 경사의 불편이 없고 물이 고이지 않게 해 평평하고 넓은 이벤트 및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이런 모든 설계 요소와 디자인은 건축주를 위한 것이다.
UWS 빌딩은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차분하고 지속 가능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고려한 건축물이 아니라, 보편성과 안정감을 통해 사용자와 도시를 지지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개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현대 도시에서 이 빌딩은 보편적이고 배제하지 않는 태도로 미래 도시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사례로 작동할 것이다.

1 중간건축은 김성홍(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이 그의 저서 『길모퉁이 건축』(2011)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로 서울에서 가장 넓은 지역인 주거지역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건축을 말한다. 이 중간건축이야말로 도시 조직을 변화시킬 중요 요소로서 건축가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도로사선제한 규제는 2015년 5월 18일 폐지되었다.
3 1992년 제10회 공간국제학생건축상 대상 수상작인 김혜경(홍익대학교)의 ‘침묵과 수다(Silence & Chitchat)’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드러내 당시 민현식, 승효상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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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조항만(서울대학교)+(주)탈건축사사무소(서지영)
이동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5-17
근린생활시설
200.5㎡
98.7㎡
696.87㎡
지상 6층, 지하 2층
8대(기계식)
25.36m
49.23%
249.98%
철근콘크리트조
절곡강판패널, 콘크리트 면정리, 로이복층유리
콘크리트 면정리, 아연도금강판패널 위 페인트, 석고보드 위 페인트
(주)SM구조컨설턴트
우리이엔씨
(주)익스플래니트
주식회사 마루종합건설
2021. 1. ~ 2022. 7.
2022. 11. ~ 2024. 5.
약 26억 원
주식회사 UWS
PH6 디자인 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