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필요한 요소가 건축적 요소로: 일산 직업능력개발원 기숙사

코어건축사사무소

글
유종수, 김빈
사진
노경
자료제공
코어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 2025년 3월호 (통권 688호) 

 

 

직업능력개발원은 장애인의 직업교육 훈련 및 직업재활 교육을 위해 설립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산하 직업훈련 기관이다. 일산, 화성, 대전, 부산, 대구, 함평에 설치돼 있으며 정보기술, 디자인, 출판미디어 등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을 돕는다. 일산의 직업능력개발원은 1991년 국내 최초의 기숙형 장애인 직업교육 훈련 기관으로 개원해 30여 년간 장애인의 교육을 진행해온 곳으로, 교육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직업훈련을 받는다. 3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기존의 기숙사 시설이 노후화되고 공간이 부족해져 철거 후 증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산 직업능력개발원 기숙사 증축 공사(이하 일산 기숙사)에서는 개별 생활공간(단위실)은 2인 1실로 총 90실이 요구됐고, 휴게 공간, 세탁실 등의 공용 휴게 공간을 확충하고 개선해야 했다.

기숙사가 지어지는 동안에 기존의 기숙사를 이용해야 했기에 단계적으로 철거하면서 증축 공사를 진행하는 계획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담고 있는 개발원 주변의 조경과 조화로운 외부 환경 또한 염두에 두었다.

 

 

 

학교와 기숙사

일산 기숙사는 앞선 작업인 서울서진학교(「SPACE(공간)」 634호 참고)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서울서진학교는 교육시설이고 일산 기숙사는 교육과 훈련을 위한 거주시설이다. 

이용자의 구성 측면에서 서울서진학교는 장애를 갖고 있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일산 기숙사는 대부분 성인인 장애인의 직업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서울서진학교는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의 비중이 크지만, 일산 기숙사는 발달장애보다는 신체장애 원생들의 비중이 높고 장애의 정도도 상대적으로 서로 차이를 보였다. 

건축 계획의 측면에서는 두 작업이 모두 증축이기는 했지만, 서울서진학교는 폐교되어 사용하지 않는 기존 교사동 일부를 이용해 증축하는 작업이었다면, 일산 기숙사는 전체 마스터플랜상 본관과 교육동은 유지한 채 기존의 기숙사동을 철거하고 증축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두 작업 모두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이기에 앞선 서울서진학교는 일산 기숙사를 계획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 바탕이 됐다.

장애인이 좀 더 편리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인 공간계획에 더해, 서울서진학교의 따뜻하고 햇볕 잘 드는 중정과 같은 정서적이고 친환경적 공간구성을 일산 기숙사의 열린 중정과 내부와 연결되는 외부 테라스 등에 구현하고자 했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

일산 직업능력개발원 본관동은 동과 동 사이에 ㄷ자 또는 ㅁ자의 외부 공간들을 사이에 두고 필요한 시설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배치는 이곳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편리와 사용성, 그리고 공간의 쾌적성을 높이기 위한 건축적인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 외부 공간과 건축 사이의 질서를 유지하여 새로 증축되는 기숙사 역시 동과 동 사이에 외부 공간을 가지면서 본관동과 실내로 연결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본관동은 네 개 동이 북쪽으로  외부 공간 세 개를 가지고 있고, 증축된 기숙사는 세 개 동이 남쪽으로 외부 공간 두 개를 가지면서 기존 건축과 증축된 기숙사가 경사로와 복도로 연결되도록 하여, 기존의 마스터플랜이 갖고 있는 건축과 외부 공간의 관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Layout diagram 

 

안과 밖

기숙사는 2인 1실이 90개 실, 총 세 동으로 구성된 핑거 타입이다. 본관동과 가장 가까운 쪽에 있는 2층짜리 한 개 동은 여자 생활 기숙사로 각 층에 열 개씩, 스무 개 방으로 돼 있다. 중간 동과 동쪽 끝에 있는 동은 각 층에 여덟 개, 열두 개씩 총 70개의 방과 공용 공간인 세탁실, 휴게 공간 등이 배치됐다. 각 동은 약 12m의 이격 거리를 유지하면서 채광과 환기, 정서적 쾌적함 등을 고려한, 내부 공간에서 확장되는 열린 외부 공간을 갖고 있다. 세 개로 구성된 각 동 사이에 기숙사 이용자들을 위한 체력단련실, 컴퓨터실, 외부 테라스 등이 중정을 면하여 있고, 이 공간의 한 켜 뒤에 있는 복도와 램프가 세 개 동과 휴게 공간 등을 연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일산 기숙사는 기존 본관동과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했다. 생활관에서 교육장으로 매일 이동을 해야 하는 학생들이 비를 맞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했기에, 기존 본관동의 경사로 중간 참에 접점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과 새로운 기숙사가 실내에서 연결되도록 했다.

 

 

 

기능과 장식

30년이 넘은 일산 직업능력개발원의 건축은 당시의 일반적인 공공 건축의 모습을 하고 있는 듯했다. 붉은 벽돌과 약간의 치장쌓기, 적당한 기울기의 박공과 모임지붕, 현관의 넓고 긴 캐노피와 드롭오프, 많은 건물들이 막힌 중정과 열린 중정을 가지면서 환경적으로 나무랄 점이 없는 등.

많은 것들이 당시 공공 건축의 전형에 가까웠고, 오래된 시간만큼 외부의 조경 공간은 잘 관리돼 있었다. 새롭게 증축되는 일산 기숙사는 기존의 질서를 따르면서 약간의 변화를 준다.

각 동의 개별실들은 적정한 비례를 갖는 벽돌과 콘크리트로 정리를 했고, 전 층을 연계하는 1/18 경사의 램프, 엘리베이터 두 개, 직통 피난계단 다섯 개, 각 동의 파여진 외부의 틈에 계획한 휴게 데크 겸 피난 공간을 콘크리트라는 재료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곡선의 조형미로 변화를 주고자 했다. 비슷한 규모의 일반적인 기숙사 코어보다 두 배 이상을 필요로 한 많은 피난과 동선 요소들은 이 건물이 다른 여타의 건축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이 많은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나게 하여 좀 더 흥미롭고 머물고 싶은 기숙사 건축이 되도록 했다.

 

Architectural elements diagram 

 

에필로그

준공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기숙사를 다시 갔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부 원생들의 창문을 열기 불편하다는 말과 램프를 실내로 막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다. 당초 공모안은 장애인들의 이용을 고려하여 창문을 낮게 설치하고, 외부로 나갈 수 있도록 발코니까지 만들었는데 설계 진행 과정에서 발주처의 요청으로 없어지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본래의 안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외에도 준공 이후 건축 계획과 무관하게 설치된 시설물들(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벤치, 입구의 볼품없는 캐노피 등)을 보았을 때 설계자의 의견을 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월간 「SPACE(공간)」 688호(2025년 03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계

(주)코어건축사사무소(유종수, 김빈)

설계담당

김윤정, 성태승, 정현우

위치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로 155

용도

교육연구시설

대지면적

31,467㎡

건축면적

6,095.12㎡

연면적

16,260.36㎡

규모

지상 4층, 지하 1층

주차

72대

높이

16.26m

건폐율

19.37%

용적률

50.7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점토벽돌, 노출콘크리트, 송판 노출콘크리트, 투명 로이복층유리, 폴리카보네이트

내부마감

알루미늄 격자루버, 화강석 잔다듬

구조설계

SDM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청림설비기술사사무소

전기설계

(주)극동문화전기설계

시공

대정산업건설(주) 외 2개 사

설계기간

2020. 12. ~ 2021. 12.

시공기간

2022. 11. ~ 2024. 8.

공사비

175억 원

건축주

고용노동부(한국장애인고용공단)

조경

(주)그람디자인


유종수, 김빈
유종수, 김빈은 코어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다. 코어건축사사무소는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다양한 건축가들이 모여 지식을 공유하며 건축을 고민하는 집단을 목표로 한다. 현대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여 집단지성의 힘을 토대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건축 집단이 되는 것을 지향한다. 구축 방식, 프로그램 구성, 재료 실험을 비롯해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하는 새로운 유형 찾기에 관심이 있다. 이를 통해 건축과 도시, 인테리어, 인프라까지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의 크고 작은 규모의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