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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도심 속 새로운 누적: 통의동 어반 오아시스

황두진건축사사무소

황두진
사진
돌로레스 후안
자료제공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진행
윤예림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5년 5월호 (통권 690호) 

 

 

 

통의동 어반 오아시스는 경복궁 서쪽의 통의동 3번지를 포함한 다수의 필지에 자리 잡은 복합 프로젝트다. 단독주택 및 근린생활시설인 T3(‘통의동 3번지’에서 유래)와 그 안쪽의 한옥 송원재(松園齋), 그리고 정원까지 세 개 요소로 구성되어 주거와 상업, 휴식과 문화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다. 경복궁으로 인한 국가 문화유산 관련 규제, 한옥 권장구역 및 한옥 지정구역 등의 영향은 물론 지적 불부합이나 지하의 물길, 인근의 노후화된 건물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매우 난해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었다. 설계의 진행 과정에서 구불구불한 대지 경계선을 합리화하기 위해 이웃 필지와 일부 토지 교환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았고 과정 또한 나름 지난했으나, 역으로 이런 점에서 황두진건축사사무소(이하 황두진건축)의 정체성이 강하게 반영된 다층적 역사 도심 프로젝트다. 즉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세계관과 프로젝트가 거쳐야 했던 과정이 서로 상보적으로 프로젝트를 견인해갔다. 

T3는 통의동과 창성동의 경계를 이루는 자하문로10길 가장자리에 놓여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는 근린생활시설이, 3, 4층에는 주거가 있는 소규모 주상복합 건축으로,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황두진건축이 추구해온 이른바 ‘무지개떡 건축’의 또 다른 사례다. 사회적으로는 갈수록 줄어온 서울 역사 도심의 상주 인구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동시에 유동 인구를 아우른다는 의미를 가지며, 건축적으로는 복합적 상황과 기능을 어떻게 조형적으로 단순하게 처리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통의동 어반 오아시스는 각 층의 기능을 조형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큰 틀 안에서 해결하고자 했다. 좁고 긴 부정형의 대지에 주차, 계단, 피난 통로 및 엘리베이터 등 절대 치수를 요하는 다양한 요소를 최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그야말로 mm 단위의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다. 주 계단의 핸드레일이 철판 한 장으로 구성된 배경이기도 하다.

 

 

 

T3의 외벽은 인근의 경복궁 돌담과 인왕산의 바위와 같은 물성의 국내산 화강석을 사용했다. 설계 당시부터 누군가 눈 밝은 사람은 이 재료의 선택에 담긴 의도를 읽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부드럽고 거친 두 개 텍스처로 마감하여 재료 하나로 두 가지 톤(two-tone)의 효과를 만들었고, 실리콘으로 인한 오염을 방지하고 이중 벽체(cavity wall) 내부의 건조를 유도하기 위해 오픈 조인트 공법으로 구성했다. 상층부의 주거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통해 지상과 연결되는데, 엘리베이터는 주거 전용으로 근린생활시설 층에는 정차하지 않는다. 인테리어는 이전에 다른 프로젝트에서 손발을 맞췄던 이로디자인플래닝(대표 육연희)과 진행했으며, 다양한 재료 팔레트를 적용하면서도 전반적인 건축의 성격과 건축주의 취향에 맞는 섬세하고 품위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특히 부드러운 톤의 목재와 대형 박판 타일을 풍부하게 사용해 건축주가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가구 및 소품을 위한 좋은 배경을 만들고자 했다.

T3는 황두진건축의 무지개떡 건축 개념에 공감한 건축주의 의뢰로 진행된 프로젝트로서 그 기본적인 개념에 충실하게 설계되었다. 기능적으로는 주상복합이면서 조형적으로는 ‘다공성’과 ‘중첩된 기하학’이라는 무지개떡 건축의 핵심적 조형 원리를 적용했다. 1층 근린생활시설 전면의 후퇴된 입구와 2층의 발코니, 3, 4층 후면의 테라스 등이 다공성을 부여하는 요소이며, 한옥 지정구역으로부터의 4m 이격 거리로 인해 형성되는 곡면이 경사 지붕과 결합해 만들어내는 풍성한 3차원 공간은 중첩된 기하학의 원리를 구현한 것이다. 화강석 텍스처를 제외하고는 고도로 표현이 억제된, 일견 단순해 보이는 외형이다. 그러나 그 내부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성격과 스케일의 공간이 전개된다는 것이 T3의 건축적 묘미다. 이는 동시에 외관의 단순함에 비해 내부 공간을 풍성하게 조직하고자 하는 황두진건축의 성향을 드러낸다.

 

 

 

 

송원재는 연면적이 약 15m²에 불과한 소형 한옥이다. 지금껏 황두진건축의 한옥 프로젝트 중 가장 작은 규모로 서재, 응접실, 다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지붕은 팔작과 맞배로 구성되었으며, 내부는 기본적으로 한 공간이지만 실내에 단을 두어 일종의 누마루를 설치, 공간 활용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했다. 별도의 접근 도로와 출입구, 화장실과 작은 주방을 갖춘, 행정적으로 엄연한 독립 건물이면서도 T3 및 정원과 동선적, 시선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전체 프로젝트에 역사적, 장소적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 이름에 걸맞게 바로 앞에는 나지막한 반송이 식재되어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 현대건축과 전통건축이라는 서로 다른 구축의 세계를 동시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황두진건축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정원은 정원 디자이너 임춘화(아이디얼가든 대표)의 작업으로, 일종의 영국식 코티지 정원(cottage garden)이다. 야생화를 위주로 하고 바닥은 콩자갈로 마감해 관리가 용이할 뿐 아니라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정원 주변으로는 통의동 일대 특유의 누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한옥과 일식 건물, 1970년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멘트 외피 건물 등의 부작위적이고 혼종적인 모습, 이와 반대로 묵직한 화강석 덩어리인 T3나 목재로 치밀하게 짜여진 송원재의 엄정한 구축적 세계가 정원을 둘러싸고 있다. 이 모든 이질성에 대해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배경을 제공하는 도심 속 정원으로서, 정원은 통의동 어반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비어 있는 중심’이자 ‘제3의 미학’으로 기능한다. 서로 다른 배경과 모습을 가진 사람과 건물이 한곳에 모여 살아가는 도시의 풍경을 함축적으로 담은 듯하다.​ 

 

 

월간 「SPACE(공간)」 690호(2025년 0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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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황두진건축사사무소(황두진)

설계담당

안보영, 우경선, 서의희, 임근영, 윤정수, 이정원

위치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3

용도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T3 – 257.3m² / 송원재 – 37.9m²

건축면적

T3 – 141.2m² / 송원재 – 14.7m²

연면적

T3 – 578.22m² / 송원재 – 14.7m²

규모

T3 – 지상 4층, 지하 1층 / 송원재 – 지상 1층

주차

4대

높이

T3 – 13.97m / 송원재 – 4.83m

건폐율

T3 – 54.88% / 송원재 – 38.79%

용적률

T3 – 177.65% / 송원재 – 38.79%

구조

T3 – 철근콘크리트조 / 송원재 – 한식 목구조

외부마감

T3 – 사비석 패널, 징크 패널 지붕 / 송원재 – 회벽 마감,

내부마감

T3(근린생활시설) – 무근콘크리트 폴리싱 위 콘크리트 표면강화제, 콘크리트

구조설계

(주)이든구조컨설턴트

기계설계

이래MEC

전기설계

삼설엔지니어링

시공

다산건설엔지니어링(주)

설계기간

2020. 7. ~ 2022. 2.

시공기간

2022. 9. ~ 2023. 12.

조경

아이디얼가든

인테리어 디자인

이로디자인플래닝


황두진
황두진은 1963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건축과에 진학해 대학원 은사인 김종성의 서울건축에 입사했으며 이후 미국 예일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졸업 후 1993년 김태수의 사무실에서 약 7년간 일하다가 1997년 김태수의 서울 사무실인 TSKP의 소장으로 부임했다. 2000년 황두진건축사사무소를 개업, 실무 건축가임과 동시에 건축사에서 도시건축론에 이르는 주제를 다루는 저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한옥이 돌아왔다』, 『무지개떡 건축』, 『가장 도시적인 삶』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