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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저층 주거, 또 다른 도시 서사를 열다: 메종 르쏘메

키아즈머스파트너스+이현호

글
이현호, 노무라 치카
사진
이남선
자료제공
키아즈머스파트너스
진행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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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5년 10월호 (통권 695호)

 

 

 

『패턴 랭귀지』(1977)에서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도시의 주거 건물은 6층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층수가 높아질수록 거주자는 거리에서 점점 멀어지며, 이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감을 넘어 사회적 단절로 이어진다. 그렇게 도시는 점차 비인간적 공간으로 추상화되고 거리의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즉시성은 사라지게 된다. 알렉산더의 이러한 시각은 도시의 활력을 ‘인간적 스케일’에서 찾고자 했던 제인 제이콥스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제이콥스는 거리를 공동체의 무대로 바라보며, 사람들이 걸으며 마주치고 교류하는 보행 중심의 도시를 옹호한다. 

메종 르쏘메는 이러한 도시 철학을 바탕으로, 고층 아파트가 지배하는 한국의 주거 환경에 대한 대안으로 기획된 ‘부티크형 공동주택’이다.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받은 이국적 정취와 아담한 골목, 카페 거리로 잘 알려진 서래마을 언덕 위에 자리한 이 건축은 지역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품고 도심 속 편안한 인간적 스케일을 다시 불러낸다.​ 

 

 

 

 

열린 문턱의 건축

건물은 지형에 기대듯 자연스럽게 놓인 4층 규모로, 주변 환경을 압도하기보다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매스는 각각의 주거 유닛 내부에서 출발한 논리에 따라 형성됐다. 부드러운 곡선 발코니와 둥근 모서리는 언덕 정상의 도로 흐름과 리듬에 반응하며 도시의 결에 맞춘 건축적 제스처를 만들어낸다. 1층은 ‘도시적 경계(civic threshold)’로 구상됐다. 경사지에 놓인 대지 특성상 지하 1층 또한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접근되며, 1층과 함께 이 경계를 확장한다. 카페, 리테일, 혹은 소규모 클리닉 등 지역 커뮤니티에게 열린 프로그램이 들어서며 거리와 거주 사이에 자연스러운 대화를 만들어낸다.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닌, 이웃과의 접점을 넓히는 도시적 장치인 셈이다. 상부에는 총 12세대가 배치되며 큰 창을 통해 가로수길의 녹음을 거실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곳의 시선은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하나가 되어 내부를 응시한다. 도시라는 ‘방’ 안에서 삶은 다층적 분위기를 타고 유기적으로 펼쳐진다.

 

커뮤니티를 위한 하늘 정원

건물 옥상에는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정원을 조성했다. 이 공간은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공동체적 도시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선언이다. 주민들은 함께 정원을 가꾸고, 휴식을 취하며, 도심의 일상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하늘 정원은 걷기 좋은 거리와 상호 보완되는 새로운 ‘수직적 커먼스(vertical commons)’로, 공동체가 모이고 사색할 수 있는 고양된 도시풍경을 제공한다.

 

 

 

재료의 연속성과 인간적 따뜻함

인테리어는 건축과의 연속성, 나아가 도시와의 흐름 속에서 구상됐다. 단순한 장식을 넘어 건축의 언어가 실내로 이어진다. 거리에서 현관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는 동선은 끊김 없이 이어지며, 빛과 재료, 리듬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석재, 타일, 따뜻한 질감의 목재 바닥, 부드럽게 마감된 벽면은 각 주거 공간과 복도, 계단, 공유 공간을 하나의 감각적 흐름으로 묶는다. 자연의 색조는 외부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이며, 시각적 평온과 촉각적 따뜻함을 함께 전달한다. 큰 개구부를 통해 내부는 외부와 시각적으로 연결되며, 실내에 머무르면서도 자연의 리듬 속에 있는 듯한 감각을 제공한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집’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안심과 친밀감, 그리고 진정한 따뜻함을 품은 공간이어야 한다. 욕실과 주방, 거실과 침실 등 모든 생활공간은 하나의 언어로 디자인됐다. 따뜻한 톤의 타일과 반사 재질은 수분과 빛을 미묘한 질감으로 전환한다. 빌트인 가구와 부드러운 파티션은 절제된 디자인 안에서 친밀감과 고요함을 완성한다.

 

도시 생활의 또 다른 서사

메종 르쏘메는 제인 제이콥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획일적 고층 아파트가 아닌 도시의 본질적 가치를 되살리는 주거 방식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는 도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스케일, 복합성, 보행 가능성, 교류라는 도시의 근본 원칙에 다시 참여하려는 시도다. 서울의 과거 저층 주택이나 타운하우스처럼 메종 르쏘메는 거리와 문턱, 공적・사적 영역 사이의 유연한 경계를 중요하게 다룬다. 메종 르쏘메는 거주 공간을 닫아 두지 않는다. 빛과 재료, 도시 속 자연을 통해 열려 있는 공간이 되며 개인과 공동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매끄럽게 엮어낸다. 이는 도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주거 비전이다. 메종 르쏘메는 단순한 공동주택이 아니다. 보다 살기 좋고 포용적이며 연결된 도시를 위한 하나의 제안이다. 주거와 만남,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도시 서사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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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PACE(공간)」 695호(2025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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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키아즈머스파트너스 (노무라 치카, 손영우, 이성열) + 이현호(홍익대학교)

위치

서울시 서초구 동광로 141

용도

공동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220.8㎡

건축면적

726.65㎡

연면적

5,382.75㎡

규모

지상 4층, 지하 4층

주차

40대

높이

17.9m

건폐율

59.52%

용적률

149.9%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GFRC, 석재

내부마감

타일, 원목마루, 도장

구조설계

박주현(제일구조연구소)

기계,전기설계

(주)승진설비

시공

상현이엔씨(주)

설계기간

2021. 1. ~ 2022. 4.

시공기간

2022. 5. ~ 2024. 12.

공사비

160억 원

건축주

르쏘메 장인방

조경설계

키아즈머스파트너스

인테리어설계

키아즈머스파트너스


노무라 치카
노무라 치카는 일본 건축사로, 현재 키아즈머스파트너스 공동대표이자 홍익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무사시노 미술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가벨리니 셰펴드 어소시에이츠에서 실무를 쌓았다. 국제적으로 여러 건축상을 받은 작품을 수행했으며 현재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상업, 문화, 교육 공간의 다양한 실내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손영우
손영우는 홍익대학교 실내건축학과를 졸업하고 2020년 키아즈머스파트너스에 합류해 현재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해왔으며, 대표 작업으로 논현동 업무시설, 카페 로즈마리, 메종 르쏘메 등이 있다.
이성열
이성열은 홍익대학교 실내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건축사로서 현재 키아즈머스파트너스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작업으로 용인 향린동산 단독주택, 안동 효원재, 쑤저우 상업시설 리모델링 등이 있다.
이현호
이현호는 키아즈머스파트너스를 설립하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의 학장으로 교육과 건축 실무를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인천아트센터(2007), 경희대학교 스페이스21(2017) 등이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총괄 책임(MP)으로 OMA,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와 함께 홍익대학교 뉴홍익 개발을 이끌고 있으며, 경희대학교 마스터플랜을 포함해 문화, 교육, 주거 및 상업 공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