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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 의성읍 복합역사문화공간

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

글
이은경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자료제공
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
진행
이소운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6년 6월호 (통권 703호) 

 

 

 

의성읍 복합역사문화공간은 서로 다른 시간이 병치된 장소의 의미를 되짚고, 그 역사적 가치를 회복하고자 한 작업이다. 위로부터의 규율·계도·억압의 역사가 내재된 공간을, 아래로부터 지역의 문화적 가치가 오가고 공유되며 적층되는 공공의 장소로 전환했다. 역사 현장을 보존하는 행위는 복원이나 박제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장소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대면하고 과거와 지속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이어야 한다. 

 

 

 

 

 

파편화된 과거

부지에는 한옥과 일식가옥, 그리고 비계획적으로 증축된 창고가 남아 있었다. 이 일대는 조선 시대 의성 관청이 있던 중심지였으며, 한옥은 규율을 관장하고 집행하던 상정소의 일부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동안 한옥은 의성경찰서로 사용되었고, 일식가옥은 항일운동가들을 고문하던 장소로 쓰였다. 설계 공모는 이러한 공간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주기철 목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서사를 드러내는 기념관을 요구했다. 한옥은 남측 하천을 향해 자연의 흐름에 순응한 전통적 배치를 가지고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형성된 격자형 도로망 속에서 군집이 해체되며 독립된 건물로 남게 되었다. 1960년대 문화재로 수리됐지만 이후 체육회, 유치원, 전시장으로 용도가 바뀌면서 내부는 한옥의 공간적 질서를 거의 잃은 상태였다. 1920년대 일본식 근대 목조건축으로 지어진 가옥은 벽돌 증축과 미장 마감으로 덮인 채 재활용센터로 사용되고 있었다.

 

 

 

 

 

 

장소성의 회복 

주요 전략은 도시와 기존 건물이 지닌 서로 다른 방향성을 대면시키는 것이었다. 과거 지도에서 읽히는, 부지 남측 하천의 흐름을 따르는 자연 순응의 축과 도시 도로망이 형성한 격자형 축은 대지에서 하나의 도시 기단(urban podium)으로 수렴됐다. 도시 기단은 증축부 접지층의 높이를 유지한 채 담장처럼 연속되며 대지 전체를 감싸고, 한옥을 중심으로 진입부와 전면 마당의 옛 질서를 회복한다. 동시에 격자형 축을 구성하며 일식가옥과 증축부 상부를 기존 도시 질서에 연결한다. 이러한 기단 위에서 한옥, 일식가옥, 증축 건물은 각각의 독립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관계 맺으며 하나의 장소를 형성한다.

 

 

 

 

 

관계의 공간 

외부 공간은 건물의 배치가 만들어낸, 비워진 공간의 윤곽을 드러낸다. 도로를 접한 영역에는 주변의 산만한 흐름을 완충하는 진입부가 놓인다. 마당은 한옥과 일식가옥의 전면이 마주하며 장방형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한옥의 전면은 마당으로 열리고, 일식가옥에는 과거의 출입구 형식을 복원했다. 기존 수목 한 그루를 남기고 절제된 조경을 더해, 비워진 마당의 성격을 유지한다. 후정은 한옥과 얇은 증축 기단부가 맞닿으며 이어지는 장방형 공간이다. 한옥 후면의 닫힌 벽체는 유지되고, 증축동 전면은 마당을 향해 투명하게 열린다. 낮은 초화류 중심의 조경은 내외부의 연결감을 만들고 공간이 확장되는 감각을 형성한다. 

 

 

 

 

 

 

유연한 공간 

공모에서 주어진 프로그램은 주기철 목사 수난기념관을 넘어 확장된 문화 공간을 지향했으며, 복합적인 기능을 동시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개별 기능에 대응하는 공간으로 분절하기보다, 활용과 운영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계획했다. 한옥에서 시작하는 전시는 후정 증축동의 라키비움, 일식가옥의 북카페로 수평적으로 이어지며 전시와 일상이 결합된 체류 경험을 형성한다. 증축동은 상설전시장과 기획전시장이 수직적으로 구성되어 방문객의 체험을 확장한다. 

 

 

 

 

 

보존의 태도

보존은 원형의 회복을 원칙으로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변형된 공간에서 원형을 찾아 드러내고 새로운 쓰임에 맞는 최소한의 변형을 더했다. 보수는 각 시대별 구법을 따르며, 새로운 재료는 기존 재료와 구별되도록 했다. 한옥은 1960년대 중건 이후 반복된 리모델링으로 지붕을 제외한 요소 대부분이 본래의 공간적 질서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덧대어진 내부를 제거해 내외부의 구조적 일관성을 회복하고, 정면은 마당으로 열리도록 모든 개구부를 여닫이문으로 재구성했다. 후면은 기존의 닫힌 회벽면을 유지하여 전면과 대비되는 공간 구조를 형성했다. 한옥의 기단은 장대석으로 재구성했고, 내부 바닥은 전돌로 마감해 관청 건물의 성격을 드러내며 마당과의 연속성을 형성했다. 일식가옥은 구조만 남긴 채 심하게 변형되어 있었다. 기존의 지붕 틀과 후면 입면을 보존의 기준으로 삼고, 증개축된 부분은 제거하여 독립성을 회복했다. 마당과 길을 향해 미서기창을 내어 열린 관계를 형성했고, 과거 사진에서 확인되는 입구를 복원했으며, 외관은 일식 구법에 따라 재구성했다. 기둥과 지붕 트러스는 최대한 유지하되, 현재의 사용을 수용할 수 있도록 단열과 설비를 보완하며 실내의 목재 질감을 통해 공간의 기억을 유지했다.

 

 

 

 

 

증축의 역할 

증축동은 독립된 건물이라기보다 내외부를 연결하는 동선으로 작동하며, 걷고 머무르는 과정 속에서 역사를 마주하도록 설정했다. 진입부에서 시작되는 실내외 공간의 시퀀스를 따라 주기철 목사의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공간의 성격에 따라 자료의 보존과 활용 방식을 달리했다. 2층은 상설전시, 3층은 높은 층고를 갖는 기획전시 공간으로 구성했다. 마당에 들어서면 도시의 격자 축은 한옥의 반듯한 마당으로 전환되고, 이를 위요하는 외벽은 후정의 내벽으로 이어진다. 이어 동선은 계단을 따라 수직으로 상승하며 전시 공간에 도달한다. 마지막으로 지붕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하늘을 향해 열리며, 그 끝에서 현재의 도시와 다시 마주한다. 증축동은 콘크리트로 현재의 층위인 대지와 단단한 결속을 형성한다. 외관은 목재, 기와, 금속, 회벽 등 다양한 기존 재료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두 건물의 공통 재료인 회벽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기단부의 거친 마감과 상부의 부드러운 마감은 대비를 이루며, 기존 건물과 마당을 잇는 진회색과 황토색은 서로 다른 공간을 이어준다. ​ 

 

 

 

 

 

 

 

월간 「SPACE(공간)」 703호(2026년 06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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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이은경)

설계담당

어혜령, 조주희, 여윤정

위치

경상북도 의성군 의성읍 후죽리 678-2, 678-3, 678-8

용도

문화 및 집회 시설,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404m²

건축면적

479.58m²

연면적

702.62m²

규모

지상 3층

주차

4대

높이

13.7m

건폐율

34.15%

용적률

50.04%

구조

목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스토, 징크, 화강석

내부마감

회벽, 수성페인트, 셀프레벨링 모르타르

구조설계

위너스BDG(주)

기계설계

청림설비기술사사무소

전기설계

대경전기설계사무소(주)

시공

새롬종합건설

설계기간

2020.5. ~ 12.

시공기간

2023.2. ~ 2025.1.

공사비

25억 원

건축주

의성군

조경

오픈니스 스튜디오


이은경
이은경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뒤 건축사사무소 기오헌에서 실무를 익혔다. 이후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에서 건축도시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자비에 드 가이터, 리켄 야마모토 사무실을 거쳐 2011년 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2015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주택, 도시재생 공공 프로젝트 등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다양한 규모와 프로그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