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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비워 내어준 자리: 연수구 청소년센터

오브아키텍쳐 + 세이브종합건축사사무소

글
나종원
사진
막심 델보
자료제공
오브아키텍쳐
진행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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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6년 8월호 (통권 705호) 

 

 

 

 

과거의 도시에는 크고 작은 골목길이 많았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그 골목의 사소한 일상에는 정해진 방식도, 나아가야 할 방향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 그 일상 속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도시에는 그런 장소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골목은 사라졌고 놀이터는 줄어들었다.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 사실 어느 곳도 아이들이 스스로 고른 자리는 아니다. 온전한 자기만의 장소와 시간이 그들의 하루에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청소년에게 그런 자리가 한 곳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청소년기에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그래서 늘 불안하다. 이 시기에 교육의 역할이, 방향을 일러주는 친절한 설명이기에 앞서,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로 마음껏 헤맬 수 있는 환경을 내어주는 데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상상한 청소년 공간은 가르침의 장소이기보다는, 서툴고 거친 실천의 장소다. 치열한 연습과 무모한 실험, 치기 어린 공연과 끊임없는 대화, 그런 한 명의 실천이 또 다른 누군가의 용기 있는 참여를 이끌어내는 크고 작은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한 사람으로 단단해져가는 모습을 상상했고, 그 과정을 담아낼 공간을 고민했다. 

 

 

 

 

 

​이미 도시 조직이 형성된 송도 남부와 달리, 대상지인 송도 북부는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되는 단계다. 이런 신도시 특유의 초기 풍경 속에 청소년센터를 설계하는 일은, 기존의 맥락을 찾기보다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일에 가까웠다. 주변에 광활하게 펼쳐진 지금의 자연경관은 머지않아 밀도 높은 도시의 풍경으로 변할 것이다. 그 가까운 미래에 이 건물 하나가 작게나마 만들어낼 수 있는 공공의 장소, 공공의 경험을 상상했다. 대지 경계에서 충분히 물러나 건물을 앉히고, 청소년센터와 이웃 건물들 사이에 여유로운 보행로를 여러 방향으로 냈다. 남북으로 긴 대지에 코어 두 개를 나누어 배치하여, 청소년센터와 수영장의 입구를 분리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넓은 외부 공간을 두었다. 건물 아래 1층에 위치해 볕과 비를 가려주는 이곳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지나다니거나 편안히 머무는 공공의 자리로 만들고자 했다. 청소년의 자발적인 버스킹 무대가 되기도, 카페의 야외 좌석이 되기도 할 이 자리가, 건물들이 주변을 채운 미래에도 비워진 채 일상의 장소로 남아 있으리라 생각한다. 보행로와 세 면이 맞닿도록, 두 층 높이의 다목적체육관을 지하에 두었다. 지하와 지상을 시각적으로 잇는 이 단면 구성은, 주변을 지나는 주민들이 청소년의 체육 활동, 댄스 대회와 같은 다양한 장면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고, 그렇게 또 다른 참여의 계기를 만든다. 연수구 청소년센터는 청소년의 장소를 마련하는 작업인 동시에, 그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주민의 일상이 만나는 접점을 빚어 도시에 작은 활기를 더하는 일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편히 머물 수 있도록, 도시와 조금 거리를 둔 청소년만의 영역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청소년 공간을 지상에서 한 층 띄워 2층, 3층, 4층에 두었다. 다만, 떨어뜨리되 분리하지는 않으려 했다. 이를 위해 2층으로 곧장 이어지는 여유로운 폭의 원형계단을 1층 출입구 가까이 두었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를 잇는 이 계단을 따라, 아이들이 닫힌 승강기나 계단실을 거치지 않고도 층과 층 사이를 자유로이 오르내리기를 바랐다.

건물의 면적 절반에, 청소년 영역을 하나로 잇는 중심 공간으로서 세 개 층 높이의 아트리움을 두었다. 밴드연습실과 댄스실 같은 각 층의 공간들이 이 아트리움을 향하도록 하여, 아이들의 움직임과 소리가 아트리움으로 새어 나오게 했다. 신발을 벗고 앉아도 좋은 마모륨 바닥에, 차분한 산란광을 들이는 반투명한 외피로 둘러싸인 아트리움은 청소년을 위한 거실이고, 때로는 공연과 발표회, 상영회가 열리는 무대다. 그저 빈 대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하루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아트리움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기보다, 비워두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좌석을 고정하지도 동선을 정하지도 영역을 나누지도 않았다. 쓰임을 규정하거나 좁히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그래야 어떤 쓰임이든 받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떻게 사용할지를 스스로 정하도록, 그 고민의 자리를 비워둔 채 아이들에게 내어주고 싶었다. 소파를 들여 드러눕고 모여 떠드는 휴식 공간, 책상을 들여 숙제를 하는 학습 공간, 무대를 세운 공연장을 상상했다. 더 나아가, 이제 성인이 된 건축가는 결코 계획하지 못했을,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갈 장면을 기대했다. 수영장은 건물의 가장 높은 5층에 두었다. 1층을 공공을 위한 외부 공간으로 비우고, 지하를 다목적체육관과 주차로 채우고, 그 위 세 개 층을 청소년 영역으로 내어주고 난 후의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철골조에 습식 PIT층을 끼워 넣는 까다로운 시공이었고, 구조 계획도 치밀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지상에 둔 수영장은 지하 수영장이 흔히 갖기 마련인 눅눅한 공기와 인공의 불빛 대신, 사방을 두른 창으로 도시의 풍경과 한낮의 빛이 가득 들이치는 쾌적한 공간이 되었다. 그 양옆에 청단풍을 심은 옥상정원을 두어, 5층에서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계절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청소년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매 순간의 장면이 건물 밖을 향해서도 조금 특별하게 표현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무미건조한 신도시 풍경에 다채로운 색상을 더할 수 있으면 했다. 건물을 감싸는 모루유리 외피는 안의 빛과 움직임을 부드럽게 흩어, 아이들의 모습을 한층 역동적으로, 그러나 어렴풋이 드러낸다. 곳곳에 낸 대형 투명창은 반대로 주변 경관을 안으로 끌어들인다. 투명과 반투명, 선명함과 흐릿함이 엇갈리는 이 외피는, 여느 유리 입면과는 다른 은은하고 어쩌면 조금 더 따뜻한 인상으로 도시 속에 자리한다. 기성자재가 아닌 복층모루유리로 외피를 만드는 일은 새 시험성적서가 필요한 낯선 시도였다. 익숙한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요구하는 일이었으니, 관계자들의 망설임과 우려가 따른 것도 당연했다. 그럼에도 시공사와 유리 제작사, 감리사와 발주처는 함께 치열하게 고민해주었다. 설계자의 의도를 끝내 구현해낸 그 모두의 노력은, 돌이켜보면 아이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에 그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음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길고 지난했던 건축가의 시간은 끝이 났지만, 아이들의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앞으로 그들은 스스로, 조금씩 이 공간을 채워 갈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한 일은 그 자리를 비워둔 것뿐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여기서 처음으로 무대에 서고, 누군가는 그저 한구석에 앉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오후를 보낼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골목길이 그러했듯, 이곳 역시 아이들의 시간으로 천천히 완성되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 역시 돌이켜볼지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자리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고.

 

 

 

 

월간 「SPACE(공간)」 705호(2026년 0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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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설계 오브아키텍쳐 유한회사(나종원, 제임스 막)+ (주)세이브종합건축사사무소(박성기, 류근학)

설계담당

오브아키텍쳐 유한회사 ‐ 이연규, 김민지 / (주)세이브종합건축사사무소 ‐ 이종민, 홍석영, 손승미

위치

인천시 연수구 센트럴로 424

용도

수련시설

대지면적

2,972.8㎡

건축면적

1,582.03㎡

연면적

7,920.79㎡

규모

지상 6층, 지하 1층

주차

31대

높이

28.1 m

건폐율

53.22 %

용적률

190.46 %

구조

철골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복층모루유리, 복층투명유리, 알루미늄 골강판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리놀륨, 석고보드 위 페인트

구조설계

(주)씨엔엘엔지니어링

기계설계

(주)대아엔앰씨

전기설계

(주)선화기술단사무소

시공

(주)건원종합건설

설계기간

2022. 5.~2023. 10.

시공기간

2023. 12.~2026. 3.

공사비

약 260억 원

건축주

연수구

조경설계

HEA(에이치이에이)

건설사업관리

(주)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그래픽 디자인

신신(신해옥, 신동혁)


나종원
나종원은 오브아키텍쳐의 공동대표로 런던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중퇴하고 AA 스쿨에 입학해 디플로마 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런던의 6a 아키텍츠에서 수년간 활동하다, 2021년 제임스 막과 함께 런던에서 오브아키텍쳐를 개소했다. 예술, 디자인, 출판, 학술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제임스 막
제임스 막은 오브아키텍쳐의 공동대표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AA 스쿨에서 디플로마를 수료했다. 런던의 dRMM에서 교육, 주거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분쟁 이후 국가에서 나타나는 지역 건축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탐구했으며, 2009년에는 캄보디아 타케오 지역에 마을 학교를 설계, 건축, 운영하는 자선단체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