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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흔적, 새로운 켜: 어반브릭

유가건축사사무소

글
유대우
사진
권효경
자료제공
유가건축사사무소
진행
김혜린 웹에디터
background

 

 

 

건축은 종종 장소가 품은 기억을 지우는, 전면 철거 후 신축이라는 경제적이고 손쉬운 길로 기운다. 부산 거제동의 어반브릭(Urban Brick)은 그 관성을 뒤로하고 기존 건축물의 뼈대와 장소의 기억을 남긴 채 새로운 쓰임을 직조하는 리모델링을 택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터전을 옮겨 오랜 시간 사업을 일군 건축주의 개인적 서사를 사옥이자 복합 공간으로 연장하는 작업이자, 오래도록 동네 풍경의 일부였던 낡은 구조물에 다시 쓰임을 부여해 구도심의 가로를 회복하는 작은 도시 재생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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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허물을 벗기는 일은 노후한 구조와의 지난한 대면이었다. 기존 건물은 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라멘구조와 벽식구조, 그리고 최상층의 조적조가 무질서하게 혼재한 복합 구조체였다. 철거로 뼈대가 드러날 때마다 살려야 할 것과 비워내야 할 것을 가려내는 구축적 판단이 이어졌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기존 3층 조적부를 덜어내고 하부를 철골로 보강한 합성구조를 적용해 지상 4층 규모로 안전하게 확장했으며, 내력벽으로 막혀 있던 답답한 내부는 철거와 보강을 거쳐 업무 환경에 부합하는 열린 공간으로 바뀌었다. 

 

 

 

 

 

 

증축의 핵심은 이질적인 과거의 흔적과 새로 덧댄 볼륨을 하나의 완성된 구축물로 통합하는 데 있었다. 대지가 접한 좁고 경사진 이면도로의 조건을 읽어, 신설한 수직 코어와 증축부의 파사드를 날카로운 직각 대신 완만한 곡면으로 처리했다. 이 곡면을 따라 단일 외장재인 벽돌을 켜켜이 쌓아 과거의 흔적과 새로운 볼륨을 묵직하고 유려한 하나의 스킨으로 감쌌다. 곡면을 타고 적층된 조적 패턴은 보행자가 느끼는 시각적 압박을 덜고 골목의 풍경을 눅인다. 전면과 후면을 관통하는 원형 승강기 코어는 수직 동선과 접근성을 잇는 기능적 장치인 동시에, 이면도로에서 건물을 알아보게 하는 얼굴이자 골목 안의 이정표로 자리한다. 

 

 

 

 

 

 

켜를 더해가는 입면만큼이나 동선 역시 과거와 현재가 입체적으로 교차하도록 계획했다. 기존 건물이 품고 있던 내부 계단의 흔적을 최대한 남기는 한편, 층마다 진입하는 외부 계단을 연속으로 배치해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더했다. 이 입체적 발걸음의 수직적 종착지인 4층에는 아늑한 뒷마당을 두었다. 분주한 일상의 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고르는, 사유와 휴식의 자리다. 

 

 

 

 

 

 

거제동 어반브릭은 물리적 볼륨의 확장을 넘어, 기존 구조체가 견뎌온 시간의 무게를 존중하고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조화롭게 덧댄 구축의 결과다. 구조적 한계를 넘어선 합성구조와 주변 풍경에 스며드는 곡면 조적을 통해, 이 건물이 좁은 골목을 걷는 이들의 일상 풍경 속에 굳건히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2층 평면도(왼쪽), 4층 평면도(오른쪽)

 

 

 

 

 

입면도

 

 

 

 

 

단면도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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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유대우

설계담당

권효경, 심순정

위치

부산광역시 연제구 거제동 116-11번지

용도

제2종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44.53㎡

건축면적

83.39㎡

연면적

295.18㎡

규모

지상 4층

높이

16.26m

건폐율

57.69%

용적률

132.3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마감

시멘트모노타일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구조설계

㈜디에스구조엔지니어링

기계설계

이정설비

전기설계

티에스이엔이

시공

㈜위즈종합건설

설계기간

2022. 11. ~ 2024. 1.

시공기간

2024. 11. ~ 2025. 9.

공사비

8억 5천만원

건축주

베스트정보통신

인테리어설계

유가건축사사무소


유대우
유대우는 부산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일신설계종합건축사사무소, 삼현도시종합건축사사무소, 대우건설에서 설계부터 시공까지 다양한 분야의 실무를 익혔으며, 2016년 유가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