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후배의 이메일 한 통이었다. 미국 알로 요가(Alo Yoga) 본사 디자인팀에서 일하는 후배로부터, 한국 진출을 준비하며 웰니스센터를 갖춘 플래그십 스토어의 건축·인테리어 설계를 함께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체육관과 수영장을 설계해 본 우리라면 잘 맞을 것 같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처음엔 우리 차례가 올까 싶었다.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가 이미 화려한 포트폴리오의 여러 회사를 소개한 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로는 결국 우리를 선택했다. 인테리어가 주력인 다른 회사들과 달리 건축까지 함께할 수 있고, 소장이 직접 챙기는 작은 조직이라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신기했다. 한국의 클라이언트들은 큰 회사가 더 잘할 거라 생각하는데, 알로는 정반대로 보고 있었다.


도산공원 앞,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을 대수선하는 프로젝트였다. 알로 요가라는 이름은 Air, Land, Ocean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요가의 정신을 담고 있다. 우리는 그 정신을 재료로 옮기고 싶었다. 1층은 사비석을 쌓아 단단한 기단처럼 만들고, 2층부터 옥탑까지는 탄화목 루버로 이중의 스크린을 만들었다. 무겁고 단단한 돌과 가볍고 다공질인 나무가 만나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인상을 주고, 주변 현대식 건물들과 대비를 이루며 알로의 자연적이고 건강한 이미지를 드러내길 바랐다.
이중 루버에는 또 하나의 의도가 있었다. 앞쪽 루버와 비스듬히 누운 뒤쪽 루버가 교차하며, 안을 다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살짝 궁금하게 만드는 경계를 만들고 싶었다. 손님과 직원의 일상을 지켜주면서도 시선을 붙드는 벽이다. 루버 사이에는 라인 조명을 심어 밤이 되면 빛이 번져 올라가며 깊이를 더한다. 낮엔 표면으로만 보이던 파사드가 밤이 되면 도시를 향해 은은한 표정을 짓는다.



시공사들과의 협업에는 BIM 기술이 활용됐다. 기존 건물은 3D 스캐닝을 거쳐 디지털화되고 정밀한 샵드로잉으로 이어져 현장 오차를 줄였다. 우리는 층마다 길이가 다른 루버의 영역을 하나하나 정의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완성된 입면 안쪽으로 1~3층 매장, 4층 백업공간, 지하 1·2층과 옥탑층의 웰니스 클럽이 자리 잡았다. 인테리어는 알로 본사 디자인팀이 리드하고 우리는 실시설계를 했으며, 건축 외부와 옥탑 정원 디자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맡았다.



500평 가까운 건물의 건축·인테리어 도면을 처음부터 그려본 것도, 입면을 실물 크기로 목업해 본 것도 처음이었다. 모든 결정이 브랜드의 DNA에 맞아야 했기에, ‘알로라면 어떻게 할까’를 먼저 떠올리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믿고 존중해 준 알로 요가와의 시간은,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1층 평면도

3층 평면도

지붕층 평면도

단면도

입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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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림, 이승환
최성민, 이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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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5m
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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